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우리나라 현대미술가의 숨은 가치를 찾아서
각종 미술 펀드가 급부상함과 동시에, 미술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요즘이다. 여기서 미술 펀드란 장기간의 투자를 전제로 한다. 즉, 먼 훗날 값어치 있을 작품을 미리 꿰뚫어보는 안목이 투자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안목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일반인에게 이 과제는 스스로 풀기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미술은 가깝고도 멀며, 깊고 넓어서 그 다양성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시중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미술작품은 거짓을 뒤집어쓴 ‘가짜’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미술작품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전락시키는 우리 미술계를 향한 저자의 거침없는 쓴소리가 담겨 있다. 유행처럼 반짝이다 사라지는 가짜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진짜의 구분법을 알려준다. 좋은 그림이란 무엇인가. 좋은 그림이 지닌 독특한 격조를 제대로 읽어내는 그림 감상의 기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생존 작가를 다룬 국내 최초의 책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33》은 저자가 우리나라 정상의 현역미술가 33인을 신중하게 선정하고, 4년 동안 발로 뛰며 직접 찾아다닌 결과물이다. 올곧은 작가정신을 기본으로 한 그들의 예술세계를 집중 재조명한 이 책은, 최초로 우리나라 생존 작가를 다루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33인의 작품은 모두 탄탄한 기본기와 뛰어난 실력을 갖춘 수준작으로서, 그 가치가 사후에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저자는 확언하고 있다. 그리고 진정한 미술작품을 고흐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빈센트 반 고흐’를 보라! 그는 평생 인정받지 못하고 작품도 팔리지 않은 화가였지만 현재는 어느 누구보다도 위대한 화가로 미술사에 불멸의 별이 되었다. 삶의 모든 것을 미술에 쏟아 부은 천대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술작품의 진정한 평가란 결코 당시대의 장삿속에 의해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참된 지성의 예술적 숙고의 눈빛 속에서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33》중에서
저자는 생존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4년이라는 긴 집필 기간 사이에 두 분이 돌아가셨다. 고흐처럼 사후에 더욱 빛을 발할 두 분의 작품도 이 책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
현장 인터뷰가 남긴 생생한 진실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33》은 33인을 차례로 소개하면서 작업실을 방문하는 여정을 여행하듯 그려내고 있다. 작업실 분위기와 주변 풍광이 생생히 느껴지는 사실적인 묘사를 시작으로, 저자는 작가와의 대화를 이끌어간다. 이 책에서는 작가마다 각 시기별 작품을 풍부하게 실어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대한 진정성까지 진솔하게 쏟아내는 인터뷰는, 그들의 작품이 왜 가치 있을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현장 인터뷰만이 가진 특권을 저자는 독자에게 아낌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미술평론가이자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예리한 작품해석은, 일반 독자가 미술 작품을 올바르게 감상하고 평가하는 데 잣대가 될 것이다.
우리미술계의 실체를 고발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미술계를 상대로 용기 있게 총대를 멨다. 장사꾼들의 농간에 속고 있는 순진한 독자들이 진심으로 안타깝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미술은 돈이나 물건과는 달라서, 비싼 재료나 좋은 기계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작품에는 작가의 혼이 들어 있어야 하며, 미술에 대한 철저한 신념과 확신이 뿌리처럼 박혀 있어야 한다. 그것을 볼 줄 알아야 좋은 작품을 가릴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눈으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예술의 고유한 특성이다. 우리미술계는 이런 특성을 이용한 사기극이 난무하다고 저자는 고발하고 있다.
우리 미술계는 너무나 많은 비양심적 장사꾼들과 사이비 작가들이 어울려 미술작품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전락시키고 있다. 여기에 일부 자격도 없는 비윤리적 글쟁이들이 ‘미술평론가’라는 거짓 간판을 달고 비양심적인 장사꾼들과 결탁해서 미술계를 혼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잘 팔리고 있는 화가들이 과연 몇 명이나 먼 훗날에까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나는 매우 회의적이다.
-<머리말> 중에서
나는 미술대학 교수진의 90%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충격적인 실화를 하나 소개하면, 내가 초청강연을 한 모 대학가에서 학생과 교수들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는데 반 이상의 교수들 작품 수준이 우수한 학생들보다 못했다고 하는 사실이다. 실력 없는 엉터리 교수가 학벌만 달고 그보다 실력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태가 가능한 것은 임용권자가 미술을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실력 외에 다른 요소가 임용에 관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면접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교수지망자가 떨어지고 엉터리가 교수로 임용되는 일이 다반사인 우리나라 대학은 발전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오래 전에 모 대학교가 실력 있는 사람을 학장으로 초빙한 후, 그 학장에게 교수임용의 전권을 주어 학장이 실력자들을 교수로 특채한 일이 있었다. 그 대학은 몇 년 지나, 그 분야 정상의 실력을 인정받는 대학으로 성공한바 있다. 안목 있고 양심적인 책임자가 대학교에 있어야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고 하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본문 중에서(351쪽~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