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책 소개
윤동주는 우리 현대 정신사의 중심에서 민족적 양심과 긍지를 상징해온 그리 많지 않은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변절과 기회주의를 밀어내고 격렬히 저항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것의 저열함을 끝까지 바라보며 자신의 나약함을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그의 영혼은 빛나고 그의 시는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그의 짧은 생애는 날카롭다기보다는 투명하여 먼지가 끼면 금방 알아챌 거울 같은 것이었다. 그는 그것을 맑게 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닦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도구가 있다면 그것을 아주 맑은 거울일 것이다.
하지만 세분해서 보면 그의 청소년기 시와 성년 때의 후기 시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띤다. 청소년기의 시는 암울한 분위기를 띠면서 유년 시절의 평화를 그리워하는 것에 초점이 있다. 또한 현실 분위기를 의식하는 시가 많다. 『겨울』, 『버선본』 등이 대표적이다.
연희전문학교 시절에 쓴 시는 자아성찰의 감각이 주를 이룬다. 우리가 흔히 기억하는 윤동주의 시 세계의 핵심을 담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우리가 애송하는 『서시』 『자화상』 『또 다른 고향』 『별 헤는 밤』 『쉽게 쓰여진 시』『십자가』 등이 후기 작품이다. 윤동주의 이미지를 완성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윤동주 하면, 흔히 외유내강의 소년을 떠올리게 된다. 그 소년은 혹한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철저히 알면서 그것의 처절함을 묵묵히 견딘다. 그것에 지는 것이 아니다. 속으로 맑은 기운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혹여 자신이 그것으로부터 도망칠까 봐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본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되뇌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란다.
그 결과 그의 후기 작품들은 일제 치하의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빼어나고 결 고운 서정성을 빛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시집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에는 이러한 윤동주의 삶을 녹여낸, 그래서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그의 양심이 들어있다. 지금도 가벼운 이익에 따라 너무도 쉽게 진실과 정의를 외면하는 자들이 많다. 그래서 자주 씁쓸해질 때 윤동주의 시집은 우리가 어떻게 세상을 대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하는 시집이다. ‘세상을 바꿀 용기는 없더라도 적어도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집이다. 많지 않은 시를 단 한 권의 유고시집으로 남기고 간 윤동주의 바람 같은 속삭임을 찬찬히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