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폴 사르트르
‘타자’는 현대 사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근대를 ‘자아’의 시대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현대, 즉 탈근대는 ‘자아’의 소멸 혹은 자아의 허구성을 발견함으로써 오히려 ‘타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사르트르에게 있어 타자이론은 그 중심에 해당한다.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으로 인해 우리에게 사르트르는 그리고 사르트르의 타자이론은 잊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로 대변되는 실존주의를 장렬히 전사시키고 새롭게 부상했던 구조주의자들이나 그 이후의 포스트구조주의자들, 그리고 레비나스와 같은 현상학자들의 타자이론의 많은 부분이 사르트르의 타자이론에 빚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장 폴 사르트르: 시선과 타자』는 우리가 다시 한번 그의 타자이론을 주목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의 이론이 유효함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의 타자이론을 문학작품과 연계해가며 찬찬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저자는 굳이 철학적 용어인 ‘타자’라는 무거운 용어를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이 다른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만남의 연속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로부터 타자이론으로 친숙하게 인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