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빛과 어둠의 ‘사이 여행’, 시공을 초월한 무중력 독서여행을 떠나다!
CBS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침대와 책』 등의 저자인 정혜윤 작가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필리핀을 여행하며 꿈꾼 ‘또다른’ 세계를 만나다!
CBS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우리 시대의 탁월한 북 칼럼니스트, 감각 있는 에세이스트인 정혜윤 작가의 여행산문집. 여행과 여행 사진, 여행의 단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정혜윤 작가는 단 한 장의 여행 사진 없이, 스페인 여러 도시과 포르투갈 리스본 그리고 필리핀 보홀의 가장 선명한 이미지를 그려낸다. 철저하게 활자만으로 빚어낸 이 여행기는 마치 형체도 색깔도 냄새도 없는 전파처럼 시공을 유영한다. 그 틈에서 독자는 일종의 무중력을 경험한다. 수많은 ‘독서 경험’, 소중한 가르침을 안겨준 ‘책’을 통해 시작된 『스페인 야간비행』의 여행은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여행지의 정경과 분위기를 환기한다. 구절들을 단순 발췌-인용하여 단순히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간문 형식의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왜 그때 그곳에 그 책을?’이라는 의문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빛과 어둠의 사이,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또다른 감각의 차원에서, 작가는 자신이 본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목차
프롤로그
1
파도의 흐름은 왈츠의 흐름과도 같아 보였어.
순환하는 파도는 왈츠처럼 돌아오고 돌아오고 또 돌아와.
2
마리오는 아주아주 아득히 먼 곳을 봤어.
뭔가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았어.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보는 것 같았어.
3
토니 모리슨은 나무들처럼 여러 가지 감정의 색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버리라고 말했어.
작고 성급한 감정들을 믿지 말라고. 큰 감정을 따르라고.
보다 큰 감정, 보다 차원 높은 감정을 따르라고.
4
당나귀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 둘의 시간이 어떻게 다를지
인간인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겠지만 한 가지만은 알겠어.
둘이 함께 고유한 시간을 경험했다는 것.
그 시간 속에서 둘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는 것.
5
인생의 어떤 시기는 확실히 다른 시기보다 중요할 수 있어.
주제 사라마구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때를 그 출발로 생각했어.
6
알함브라는 꿈과 생각으로 현재를 초월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어.
아니 현실 속에서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는 것이
환상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어.
7
여행은 자기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로 이동해보는 것이고
원래는 자기 것이 아니었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렇게 변해가면서 현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 아니었던가?
그래서 모든 탁월한 여행자들은 ‘보이기’가 아니라 ‘보는 것’과
‘존재하기’에 마음을 빼앗기곤 하지 않았던가?
8
나는 사랑과 모래를 처덕처덕 묻히고 따라서 날아가.
로르카가 서러운 마음으로 연거푸 한 말을 떠올리면서 날아가.
“꿈꾸어야 한다.”
9
나는 강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농민들의 작은 세계가
파괴되지 않기를 바랐어. 차이를 가진 그대로 아니,
차이 때문에 존중받고 인정받기를 바랐어.
10
페르난두 페소아는 고백이나 허구적 성찰이 아니라
자신 안의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정체성과 훨씬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었어.
내 존재를 보완해주는 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거야.
11
미스 양서류야! 마법은 있단다. 우리에게 마법을 걸어
지금의 존재가 되도록 만든 사람에게 감사해야만 해.
우리는 한때나마 그런 빛 속에 있었다는 것을 결코 잊지 못할 거야.
12
그는 5년 전에 처음 이곳에 왔고 그날 처음 반딧불이를 봤고
그날 바로 여기서 일하고 싶어졌고 그뒤로 매일 밤 반딧불이를 보고 있다고.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답다(still beautiful)”고.
13
고독해. 분명히 고독해. 어떻게 고독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누구나 각자의 삶 안에서 고독한 순간들이 있어.
14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뿌리를 잘라버리지 못하는 것부터 생각해봐야 할 수도 있어.
이전의 뿌리를 잘라내버리는 노력을 방해하는 것들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
15-1
스피노자가 말했어. 한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곧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 기쁨의 원인임을 아는 것이며
모든 참된 인식은 사랑이며 사랑밖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15-2
오에 겐자부로는 ‘큰 사람’에 대해서 ‘큰 슬픔’에 대해서
인간이 기계가 되는 것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끝없이 정의를 내려.
미스 양서류야. 우리도 바로 이 일을 해내야 할 거야.
16
문제는 우리 시대가 비극을 싫어한다는 점이야.
비극의 빈자리를 재빨리 차지한 것은
상투적인 이데올로기나 냉소주의나 무관심, 잔인함이야.
17
미스 양서류야. 잘 진입하자. 많은 우연들을 사랑하자.
그중에 어떤 우연이 필연이 되는지 주의깊게 지켜보자.
자 이제 네 이야기를 들려줘.
에필로그
용어 설명
주(註)
인용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