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시인 박준’이라는 ‘사람’을 정통으로 관통하는 글이다. 총 4부로 나누긴 하였지만 그런 나눔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살살 넘겨봐도 또 아무 대목이나 슬슬 읽어봐도 우리 몸의 피돌기처럼 그 이야기의 편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유연한 결합체다.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히고 또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산문으로 읽힌다. 문장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으니 내가 그은 밑줄 속에 내가 걸려 넘어지게 된다. 강요하는 말씀이나 주저앉히는 감상을 싹 다 걷어낸 담백한 글인데 울음 끝에 웃음이거나 웃음 뒤로 울음인 그 둘의 뒤섞임이 왕왕이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우리와 보폭을 정확히 맞춘다. 까만 뒤통수를 내보이며 앞서 가는 책도 아니고 흰 얼굴로 흐릿하게 멀어지며 뒤로 가는 책도 아니다. 그냥 옆에 있는 책이다. 마냥 곁이 되는 책이다. 울 사람은 우는 그대로 안 울 사람은 안 우는 그대로 그렇듯 내키는 그대로 살게 하는 책. 울든 안 울든 네가 발 딛고 선 그 지점이 언제나 출발선이니 언제든 너는 자유야, 하는 아리송한 전언을 주는 책. 그렇게 희망이 되는 책이다.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문학을 잘 배우면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학과 대학원에서 알았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펴냈다. 제31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들어서며-그늘
1부
그해 인천
그해 경주
두 얼굴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이문재 시인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편지
그해 여수
아침밥
환절기
비
그해 협재
희고 마른 빛
벽제행
울음과 숨
꿈방
몸과 병
다시 지금은
고독과 외로움
여행과 생활
2부
내가 좋아지는 시간
그해 화암
그해 묵호
낮술
마음의 폐허
기억의 들판
해남에서 온 편지
울음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소설가 김선생님
그해 혜화동
소리들
관계
답서
사랑의 시대
3부
봄 마중
작은 일과 큰일
다시 떠나는 꽃
그해 행신
알맞은 시절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광장의 한때
극약과 극독
첫사랑
우산과 비
절
취향의 탄생
그해 삼척
4부
일과 가난
불친절한 노동
어른이 된다는 것
고아
초간장
그만 울고, 아버지
손을 흔들며
축! 박주헌 첫돌
중앙의원
순대와 혁명
죽음과 유서
내 마음의 나이
해
나아가며-그해 연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