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에 뒤이은 대중문화와 철학의 만남
‘가상’의 세계에서 ‘진리’를 사유하라!
가까운 미래, 폐허가 된 북아메리카 대륙에 독재국가 ‘판엠’이 들어선다. 판엠의 수도 ‘캐피톨’은 온 나라의 부가 집중된 곳으로, 주변 구역은 이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키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다. 그로부터 피비린내 나는 공포 정치가 시작된다. ‘헝거 게임’은 그 상징이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 경기에서 모티프를 얻은 헝거 게임은, 해마다 열두 개 구역에서 소년 소녀 한 쌍을 차출해 한 명만 남을 때까지 싸우게 하는 경기다. 캐피톨은 헝거 게임을 리얼리티 쇼처럼 텔레비전에 생중계하고, 캐피톨 시민은 이 잔학한 경기에 열광한다. 캣니스는 동생 대신 헝거 게임에 자원 출전한 ‘조공인’으로, 처음에는 자신의 운명에 얼마간 순응한다. 그러나 무고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 모습을 축제처럼 즐기는 불의한 세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나라 전체의 혁명을 촉발한다.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수잔 콜린스의 판타지 소설 《헝거 게임》을 플라톤, 칸트, 푸코, 부르디외 등 고금의 철학자들과 함께 숙고한 책이다. 허구의 시대, 허구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을 고찰하는 것이 짐짓 무의미해 보일 수 있으나, 우리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그리 탄탄하지 않다는 점을 이미 《매트릭스로 철학하기》로 배웠다. 무엇보다 현실이라고 믿는 세계가 시스템이 만든 가상에 불과하다면, 가상의 세계를 따져 묻는 것이야말로 현실을 직시하는 가장 적확한 길일 것이다.
목차
머리말
경기장 안내도
STAGE Ⅰ
“심미안을 가진 것이 꼭 약점은 아니다”
캐피톨에 저항하는 예술
01 이건 대중오락의 완결판이야
브라이언 맥도널드 예수를 오줌통에 빠트린 안드레 세라노의 사진은 예술인가. 만약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이며 인간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 이론’과 필립 리프의 ‘파괴적 창조’ 개념으로, 캐피톨과 피타로 표상되는 예술의 양가적 힘을 논의한다.
02 가장 짧은 노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앤 토켈슨 일찍이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어, 그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상사회에서는 음악과 시가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훑으며 네 음짜리 노래가 어떻게 혁명을 일으키는지, 음악이 개인과 사회에 작용하는 방식과 파급력을 생각해본다.
03 내가 너의 모킹제이가 되겠어
질 올트하우스 누군가에게 ‘해골’이 죽음을 뜻한다면, 누군가에게는 저항의 상징이 된다. 언어와 이미지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세상이 촘촘히 짜인 해석 망이자 언어로 싸우는 이데올로기의 전장이라는 해석학의 입장에서, 판엠의 ‘모킹제이 혁명’에서 드러난 말과 이미지의 해방적 힘을 은유와 패러독스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STAGE Ⅱ
“우리는 변덕스럽고 어리석은 존재다”
부도덕한 세상에서 도덕 갈망하기
04 최근에 운이 그리 좋지 않았다
조지 A. 던 캣니스가 제아무리 뛰어난 사냥꾼일지라도 ‘운 좋게’ 추적말벌집이 매달린 나무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과연 이 같은 운의 폭정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임마누엘 칸트와 토머스 네이글이 각각 선의지에서 비롯된 ‘도덕성’과 불가항력의 ‘도덕 운’을 앞세워, 통제 불능의 세계 속에서 인간의 무능력을 설명한다.
05 얼마나 신나는 고통인가
앤드류 샤퍼 독일어로 ‘타인의 고통에서 얻는 즐거움’을 뜻하는 샤덴프로이데는 일찍이 칸트가 ‘악마의 악’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헝거 게임의 모티프가 된 고대 로마 검투사 경기부터 나치 독일의 유대인 절멸에 이르기까지 샤덴프로이데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짚으면서, 잔혹한 TV 쇼를 즐기는 현대인과 함께 샤덴프로이데를 숙고한다.
06 또다시 피타에게 빚을 졌다
제니퍼 컬버 인간 공동체가 형성된 이래 선물 주고받기는 중요한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피타에게 빵을 받은 캣니스가 부채감에 괴로워하듯이, 선물은 단순히 호의나 호감의 표현이 아니다. 마르셀 모스와 루이스 하이드를 바탕으로 공동체 안에서 오가는 선물의 함의와 역할, 기능 등을 짚어본다.
STAGE Ⅲ
“나는 태양처럼 빛을 발하고”
자연스러운 것과 자연스럽지 않은 것, 그리고 별로 기이하지 않은 과학
07 이와 발톱에 시뻘건 피를 묻힌 인간이라는 존재?
아비게일 맨 찰스 다윈은 ‘무한경쟁’ ‘약육강식’ ‘적자생존’을 강조하는 약탈적 자본주의가 스스로를 옹호할 때 반드시 호명되는 이름이다. 헌데 다윈은 진화의 산물로 배려, 협력, 이타성, 공감, 친절, 양심 등도 꼽았다. 그렇다면 정글 같은 세계의 축소판인 헝거 게임장에서는 경쟁과 협력 중 무엇이 더 ‘자연스러운가.’ 다윈과 더불어 토머스 홉스, 리처드 도킨스, 대니얼 뱃슨이 각론을 펼친다.
08 선한 변종생물은 하나도 없다 - 과연?
제이슨 T. 에벌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영화나 SF·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던 혼종과 키메라는 실재가 되었다. 이대로라면 《헝거 게임》의 재버제이 같은 변종생물도 더 이상 먼 일이 아닐 것이다. ‘창조는 신의 고유한 영역’이라는 원론적 입장과 별개로 묵묵히 제 길을 걷고 있는 과학계의 현재와, 윤리적·철학적·존재론적 딜레마를 알아본다.
STAGE Ⅳ
“피타는 빵을 굽고, 나는 사냥한다”
사랑, 돌봄, 젠더에 관해 캣니스가 가르쳐주는 것
09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사람을 선택할 거야
아비게일 E. 마이어스 게일과 피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캣니스는, 마침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결정을 내린다. 혹자에게는 얼마간 당혹스러울 수도 있는 캣니스의 판단을 제논, 세네카, 에픽테투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스토아 철학자를 빌어 옹호한다.
10 캣니스는 모른다. 자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시카 밀러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성(sex), 젠더gender 개념과 여성주의는 여기서 파생된 것이다. 판엠 사회와 캣니스, 그녀의 연애관계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분석하면서, ‘여자를 여자로 만드는’ 현실 사회의 젠더 정치를 재확인하고 대안을 상상한다.
11 세상은 때때로 돌봐줄 사람을 갈구한다
린지 이소우 애버릴 ‘도덕적 추론은 늘 공정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칸트의 견해대로라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중심에 둔 캣니스의 도덕성은 의심스러운 것이 된다. 그러나 캐롤 길리건 등 여성주의자들은 칸트의 입장이 지극히 남성적이라고 비판하고, ‘돌봄’이라는 여성의 윤리기준을 제시한다.
STAGE Ⅴ
“네 자신을 찾는 한 절대 굶주리지 않을 게다”
모든 것이 쇼인 시대에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기
12 캣니스는 왜 항상 거짓 행동에 실패하는가
데릭 코트니 사랑하는 가족과 판엠 전체의 안위가 자신의 거짓 연기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캣니스는 잘 안다. 그러나 연기는 번번이 들통 나고 결국 거대한 전쟁이 일어난다. 모두를 위해 캣니스는 본모습을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했을까. 장 자크 루소를 길잡이 삼아 캣니스의 올바른 선택지를 찾아본다.
13 피타 멜라크는 누구인가
니콜라스 미슈 존 로크는 “나를 지금의 나이게 하는 건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시이 마모루는 공각기동대에서 기억의 진실성을 의문에 부쳤다. 그렇다면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플루타르크, 라이프니츠, 데이비드 흄과 함께 캐피톨의 세뇌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버린 피타를 보면서, 인간 정체성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의와 진척 상황을 되짚어본다.
STAGE Ⅵ
“충고해줄 게 있어. 살아남아”
죽음과 전쟁의 논리에 대한 어느 조공인의 안내
14 무얼 하기에 안전하지?
조셉 J. 포이 헝거 게임장 같은 부도덕하고 야만적인 세상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방법으로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치권력에 동의하는 홉스식 ‘사회계약’과, 도덕적 자율성에 따라 모든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칸트식 ‘평등사회’가 있다. 무엇이 인류 공존에 최선인가. 두 철학자의 주장을 들어본다.
15 불을 피우다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루이 물라소 사악한 캐피톨에 저항해 반란을 일으킨 판엠처럼, 전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의와 자결의 최후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과연 ‘정의로운 전쟁’이란 가능한 걸까. 그렇다면 언제, 어떤 기준으로 수행되어야 할까. 수반되는 위험과 금기는 무얼까. ‘정의로운 전쟁 전통’ 이론으로 질문에 답해본다.
16 조공인의 딜레마
앤드류 짐머맨 존스 《헝거 게임》 속 세계는 헝거 게임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 나라와 전체 시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게임은 생각처럼 그다지 완벽하지 않아서, 산딸기 한 움큼만으로도 교란할 수 있다. ‘게임이론’으로 헝거 게임의 규칙과 허점을 파헤친다.
STAGE Ⅶ
“산딸기 한 움큼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라면 참으로 약하겠지”
코리올라누스 스노우의 정치철학
17 캐피톨 시민들은 온종일 무얼 하는 걸까?
크리스티나 반 다이크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규범은 사실 전혀 당연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정치적 산물이다. 미셸 푸코와 함께 캐피톨의 기괴한 관습과 미학을 경유하며, 사회규범을 이용해 시민의 신체와 욕구를 통제하고 정치적 현상을 외면하게 만드는 권력의 은밀한 메커니즘을 고찰한다.
18 이 모두가 잘못되었다
애덤 바크맨 고대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네로 황제와 한 시대를 살며 로마 제국의 풍요와 타락을 목격했다. ‘금욕과 평정을 행하는 현자’를 최고선으로 여기고 지혜, 절제, 용기, 자비를 강조한 스토아철학으로 판엠(과 현실 세계)의 악덕을 분석한다.
19 수업이 진행 중이다
채드 윌리엄 팀 교육은 권력이 사회질서에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이다. 판엠 시민을 군소리 없이 헝거 게임에 참여하게 만들고, 부당한 권력과 계급, 불평등을 영속화하는 ‘잘못된’ 교육제도를 피에르 부르디외의 ‘자본’과 ‘아비투스’로 관통한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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