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지리산은 그저 산이 아니다. 산자락을 따라 흐르는 수많은 이야기들
'머무는 여행자' 김영주의 캘리포니아, 토스카나, 뉴욕, 프로방스에 이은 다섯 번째 선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곳, 『지리산』이다. "동네 뒷산도 못 가봤으면서 무슨 캐나다 로키?"라는 저자의 남편의 말에 자극을 받아, 김영주는 처음으로 우리땅을 강렬히 의식하고, 캐나다 로키 대신 지리산을 찾게 된다.
지리산은 단순하게 정의할 수 있는 하나의 산봉우리가 아니었다. 장엄하게 펼쳐진 능선을 하나의 시와 네 개의 군이 둘러싸고, 그 아래 사는 모든 이가 우러르고 사랑하는 어머니 같은 땅이었다.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476번지. '곡전재'라는 한옥 고택에 여장을 풀고 구례 주민이 된 김영주는 잠시 스쳐 지나는 여행객이 아니라 자연스레 지리산의 식구가 되어 갔다.
지리산 곁을 묵묵히 흘러가는 섬진강변 백사장에서,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의 구만들을 바라보며,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그녀는 이곳이 '내 나라, 내 땅'임을,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닌 각자의 이야기가 또 하나의 지리산임을 실감한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한평생 지리산을 지키며 등산객을 구해 온 산사나이들, 느리고 낮게 사는 법을 배우고 마음을 나눌 친구를 찾아 도시를 떠나온 사람들, 지리산만 찍는 사진가, 미래를 위한 다른 선택을 한 대안학교의 학생들 등의 지리산에 삶의 터전을 이루고 지리산을 자부심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지리산이 더욱 다채롭고 풍성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