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노예 12년』은 뉴욕 주의 자유 시민인 솔로몬 노섭이 자유를 뺏기고 노예가 되어서 12년이 지나 다시 자유를 되찾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실화이다. 19세기 후반 미국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들추고 인간에게 인권과 자유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출간 후 3년간 3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1968년 루이지애나의 역사학자인 수 아이킨과 조지프 로그즈던이 솔로몬 노섭의 행적을 추적해 거의 모든 장소와 인물들, 기록 등의 실재를 밝혀내는 고증 작업을 거치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솔로몬 노섭의 오디세이〉라는 이름으로 PBS 텔레비전 영화로 만들어졌고, 1999년부터는 솔로몬 노섭이 살던 곳인 새러토가스프링스에서는 7월 셋 째 주 토요일을 〈솔로몬 노섭의 날〉로 정해 기념해 오고 있다. 2013년에는 스티븐 매퀸 감독의 영화로 제작되어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런던 비평가 협회에서 다수의 수상을 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노예 12년』이 출간된 당시, 해리엇 비처 스토의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을 통해 노예 제도의 폐해에 관심이 집중된 만큼 『노예 12년』은 실화를 담았다는 점에서 보다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솔로몬 노섭은 12년 동안 몸소 겪은 노예 생활을 통해 자유를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 노예들의 심정과 생생한 삶의 장면을 솔직하게 묘사했다.
『노예 12년』은 작가 자신이 납치당해 노예로 12년 동안 살게 된 극적인 사건을 통해 당시 노예 제도의 폐해와 어두운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 준다. 노예 수용소, 벌목지, 목화밭, 사탕수수 밭 등을 전전하며 여러 노예와 주인 들을 만난 솔로몬 노섭은 노예 제도의 현실을 정확하게 그려 내고 선입관과 편견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편집자인 데이비드 윌슨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출간했다. 고증을 통해 밝혀졌듯, 이 책은 실화를 기록했다는 점, 노예 제도를 사실성에 입각해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문학뿐만 아니라 사료로도 그 의미가 깊다. 1976년에는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와 함께 노예 제도와 미국 흑인의 역사에 대한 필독서로 선정되어 교재 등으로 널리 읽히기도 했다.
이 책은 일대기에 갇히지 않고 시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기술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노예 서사와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를 갖고 있었으며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자유인으로서 사고하던 흑인이 자유를 빼앗긴 뒤 노예의 삶을 경험했다는 측면에서 그가 옮겨간 미국 남부의 자연과 특성, 농법, 노예 제도에 관해 더욱 세밀히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단순히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노예의 수난만 다룬 게 아니다. 당시 미국 사회의 단면들을 보여 주는 풍부한 소재와 묘사들이 넘친다. 솔로몬 노섭 스스로 백인의 정신을 가지고 살았다고 인정할 정도로, 그는 항상 자신이 자유인임을 의식하고 늘 깨어 있었고, 자신의 과거를 숨겨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를 넘어 노예 제도가 사라진 21세기까지 『노예 12년』이 주목받는 이유는 작품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시대를 관통해 현재까지 여전히 유효한 〈인간다움〉의 의미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노예 제도는 이미 폐지되었고 미국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인권 유린 문제는 잔존하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 시대에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서서 진정한 〈인간다움〉과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금 되돌아보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