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의 첫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에는 작가의 데뷔작이자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수상작인 「프랭크와 나」를 비롯, 지금까지 발표한 열한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비교적 개연성과 핍진성, 리얼리티를 갖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열한 편의 중단편에서 작가의 시선은 경탄을 자아내는 환상적인 이야기의 활력보다는 현실과 인간관계에서 한 개인이 부딪히게 되는 곤경이나 사소한 소동과 갈등들 그리고 그와 연루된 곤혹이나 회환과 같은 심리적 양태들을 주목한다.
현실과의 긴장을 놓지 않고, ‘소설 밖의 이야기’를 소설 안으로, 현실을 사는 우리의 옆자리로 끌어다놓는다. 그리하여, 예기치 않게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들, 우리의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삶의 비의를 무심하게 건드린 이 작품은 한없는 우울과 허무를 동반한 삶의 아이러니와 페이소스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게 조율해낸다.